대수기하에 대해서 연재해보고자 한다. 주 1회 정도로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말로 접근할 수 있는 잘 정리된 대수기하 내용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굉장히 추상적이고 배경지식을 많이 필요로 해서 초심자가 습득하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목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대수기하의 내용들에 대해서 익숙해지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글의 목적은 나 스스로 대수기하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또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거나 걸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언어는 대부분을 한국어로 쓰되, 고유명사화되어있는 수학 용어들은 전부 영어로 쓸 것이다. 목표는 Toric Geometry을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 대수기하를 소개하고, 관련된 Cohomology도 소개하는 것까지이다. 참고할 문헌은 대수기하의 가장 유명한 입문서인 Hartshorne과 Ravi Vakil이다. 그러나 이 두 서적의 내용을 따라가거나 자세히 참고하는 일은 거의 없을 듯하다. 대부분의 경우, 즉흥적으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소개할 것이다. 내가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내용, 증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내용 대부분은 두 서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연재하는 내용은 다양한 배경지식을 요구할 수 있다. 학부 수학 전반이 요구될 수 있고, 가환대수 등에 대한 내용도 요구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왜 대수기하를 공부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겠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기하학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이로 인한 결과물이 미분다양체를 연구하는 미분기하학 등이다. 미분기하학은 프리드리히 가우스와 베른하르트 리만 등에 의해 파생되었는데, 특히 리만이 살아있던 19세기 쯤에 부흥했다고 할 수 있겠다. 20세기에 들어서 대수기하라는 분야가 막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수기하는 말그대로 대수학을 이용하여 기하학을 공부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원'이라는 도형은 대수적인 방정식 $x^2+y^2=r^2$의 해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다. 또, 복소수에 대해서 정의된 $n$차함수 $y=a_n x^n + \cdots + a_1 x + a_0$는 일반적으로 $y=0$과 $n$개의 점에서 만난다. 이는 우리가 대수학의 기본정리로 얻어지는 것이지만 기하학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더욱 일반적으로는, Bezout's Theorem에 의하면, degree가 $n$인 곡선과 degree가 $m$인 곡선은 일반적으로 $n\times m$개의 점에서 만난다. 이 때, 곡선은 사영공간 안에서 정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음이 아닌 정수 $n$에 대해서 사영공간 $\mathbb{P}^n_{\mathbb{C}}$은 $n+1$개의 좌표를 갖는 $\mathbb{C}^{n+1}$에서 원점 $O$를 제외한 뒤, 복소수 $\lambda$에 대한 action인 $$(z_0,\ldots,z_n)\mapsto (\lambda z_0,\ldots, \lambda z_{n})$$으로 잘라서 얻어진다. 만약 $z_i$가 $0$이 아니라면, $\lambda=1/z_i$를 작용하여, 각 성분을 $z_i$로 나눈 equivalent class의 유일한 점 $$\left(\frac{z_0}{z_i},\ldots, \frac{z_{i-1}}{z_i},1,\frac{z_{i+1}}{z_i},\ldots,\frac{z_n}{z_i}\right)$$을 얻는다. 즉, 우리는 $\mathbb{C}^n$에서 $\mathbb{P}^{n}_\mathbb{C}$로 가는 함수 $\phi_n$을 얻는다. $$\phi_i(x_0,\ldots,x_{i-1},x_{i+1},\ldots,x_n) = (x_0,\ldots,x_{i-1},1,x_{i+1},\ldots,x_n).$$ 이는 $\mathbb{P}^{n}_\mathbb{C}$를 미분다양체로 정의하기 위한 일종의 coordinate system이다. $\phi_i$의 $\mathbb{P}^{n}_\mathbb{C}$ 안에서의 image를 $U_i$라고 하자. 서로 다른 $i,j$에 대해서 좌표변환 함수 $$\psi_{i}^j:\phi_i^{-1}(U_i\cap U_j) \to \phi^{-1}_j (U_i\cap U_j)$$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 \phi_i(x_0,\ldots,x_{i-1},x_{i+1},\ldots,x_n) = (x_0,\ldots,x_{i-1},1,x_{i+1},\ldots,x_n) $$ $$ (x_0,\ldots,x_{i-1},1,x_{i+1},\ldots,x_n) = \left( \frac{x_0}{x_j}, \ldots , \frac{x_{i-1}}{x_j}, \frac{1}{x_j}, \frac{x_{i+1}}{x_j},\ldots, \frac{x_n}{x_j} \right) $$ $$ \phi_j^{-1}\left( \frac{x_0}{x_j},\ldots, \frac{x_n}{x_j} \right) = \left( \frac{x_0}{x_j}, \ldots , \frac{x_{i-1}}{x_j}, \frac{1}{x_j}, \frac{x_{i+1}}{x_j},\ldots, \frac{x_{j-1}}{x_j},\frac{x_{j+1}}{x_j},\ldots\frac{x_n}{x_j} \right)$$ 여기서 주목할 것은 좌표변환 함수가 모두 각 좌표의 변수에 대한 유리함수로 써진다는 것이다. 즉, 사영공간 $\mathbb{P}^{n}_\mathbb{C}$는 "대수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러한 대수기하의 언어들은 알렉산더 그로센디크에 의해 20세기 중반에 엄밀하게 쓰여졌으며, 대수기하가 비로소 정립되고 부흥하기 시작했다. 어떤 공간을 대수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대수적인 함수가 무엇인지 앞으로 공부해나갈 것이다. 대수기하학에서 관심 갖는 이런 대수적으로 정의되는 공간들을 스킴(scheme)이라고 부르며, 스킴의 일종으로서 조금 더 쉬운 대수다양체(algebraic variety)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수기하의 언어는 정수론과 산술기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혀 달라보이는, 인간이 오래 전부터 관심 가져온 '수'와 '기하학'이 동시에 하나의 언어에 의해 쓰여질 수 있고 연구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 이에 대해서 조금만 더 소개해보자. 먼저 관련된 대수위상의 내용을 잠깐 언급하자면, 원 $S^1$을 $S^1$으로 보내는 연속함수 $f$는 원의 코호몰로지 $H^1(S^1)=\mathbb{Z}$에서의 함수를 주는데, 이 때, $\mathbb{Z}\to \mathbb{Z}$인 함수는 항상 어떤 정수 $n$을 곱하는 함수이기 때문에 이 코호몰로지 위의 함수도 어떤 정수 $n$에 의해 정의된다. 이를 $f$의 degree라고 부른다. 대충 이야기하자면 degree는 $S^1$ 위에서 점을 한 바퀴 움직이면서 $f$로 그 점을 보내면 반대편 원에서는 그 점이 몇 바퀴 움직이는지를 나타내준다. 예를 들어, $f$의 차수가 $0$이라 함은 점이 한 바퀴도 돌지 않는다, 즉, $f$가 null homotopic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degree가 음수라는 것은 $f$에 의해 점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 더 대충 말하자면, degree가 $n$이라면 좋은 상황에서는 $S^1$ 위의 대부분의 점에 대해서 $f$의 preimage는 $|n|$개의 점이 될 것이다. (물론, 임의의 함수에 대해서는 이런 좋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사영공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데, $\mathbb{P}^1_\mathbb{C}$에서 자기자신으로 가는 함수는 유리함수로 정의된다. $\mathbb{P}^1_\mathbb{C}$에서의 점은 $x,y$ 둘 다 0이 아닌 복소수에 대해서 좌표 $(x,y)$로 표현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 떄 $\phi:\mathbb{P}^1_\mathbb{C} \to \mathbb{P}^1_\mathbb{C}$인 함수는 차수 $d$인 두 동차다항식 $p(x,y)$와 $q(x,y)$에 의해서 정의된다. 즉, $$ \phi(x,y) = (p(x,y),q(x,y))$$ 로 정의된다. $p,q$가 동차이기 때문에 이 함수가 잘 정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 $\mathbb{P}^1_\mathbb{C}$의 한 점 $(a,b)$의 preimage는 일반적으로 $n$개의 점이 된다. 왜냐하면 이는 $$ bp(x,y) = aq(x,y)$$ 의 해를 찾는 것이고, $z=x/y$라 하면 양변을 $y^n$으로 나누어 $$ bp(z,1) = aq(z,1)$$ 의 해를 찾는 것과 똑같다. 물론, y가 0이 아니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번에는 이것의 완전히 정수론적인 현상을 보자. 어떤 number field $K$와 $K$ 위의 finite extension $L$을 생각하자. Number field $K$ 안에서 ring of integer인 $\mathcal{O}_K$를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최고차항이 1인 정수 계수 다항식의 해집합으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K=\mathbb{Q}$, $\mathcal{O}_K=\mathbb{Z}$라고 하고, $L=\mathbb{Q}(i)$, $\mathcal{O}_L = \mathbb{Z}[i]$와 같은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mathcal{O}_K$ 안의 prime ideal이 $\mathcal{O}_L$ 안에서 어떻게 분리되는지 알아보고 싶다. 예를 들어, $\mathbb{Z}$에서 $(2)$라는 ideal은 $\mathbb{Z}[i]$에서 $(1+i)(1-i)$가 된다. 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도 있다. 아래와 같은 가환환 사이의 homomorphism을 생각하자. $$ \phi: \mathcal{O}_K \to \mathcal{O}_L.$$ $\mathcal{O}_L$의 prime ideal의 preimage는 다시 prime ideal이 됨이 잘 알려져있다. 이를 테면, 위의 예제에서는 $$ \phi^{-1} (1+i) = \phi^{-1}(1-i) = (2)$$ 가 된다. 즉, $\phi^{-1}$는 $\mathcal{O}_L$ 안의 prime ideal을 $\mathcal{O}_K$의 prime ideal로 보내는 함수이다. 이제 우리는 이 $\phi^{1}$의 한 prime ideal의 역상이 일반적으로 몇 개인지 질문하고 싶다. 예를 들어, 위의 예제에서 $(2)$의 역상은 $(1+i)$와 $(1-i)$로 두 개가 되었고, 이는 field extension $\mathbb{Q}(i)/\mathbb{Q}$의 degree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리고 이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대수기하는 단순히 기하학을 공부하는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수론을 공부하는 도구도 된다. 많은 수학자들에게 이러한 발견은 수론을 기하학적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다음 시간에 가환환으로부터 affine scheme를 정의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들 간의 함수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대수기하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미분다양체에 대해서 공부하기 위해 미분다양체의 지역적인 모양인 유클리디안 공간을 공부하는 것처럼, 대수다양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스킴의 지역적인 모습에 해당하는 affine scheme에 대해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