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SF 습작

이궤인(耳机人) 이야기

UJ1UJ1 2022. 4. 26. 00:56

첫 번째 이상한 일은 그날 아침에 일어났다. 나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들으며 등교하고 있었다. 나는 잠깐 SNS에 접속해볼 겸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어폰이 핸드폰에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그러면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는 어디서 나오고 있는 거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서 나는 주머니에서 이어폰 잭을 꺼내 들었다. 역시 이어폰은 어디에도 연결되어있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가 멈췄다. 나는 얼이 빠져서 그 자리에서 거리 한 가운데서 가만히 멈춰 서서 이어폰을 살펴보았다. 이어폰에는 그다지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았다.

-

나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며 친구에게 아침에 일어났던 일을 얘기했다.

“야, 오늘 아침에 이상한 일 있었다?”

“뭔데?”

“이어폰을 핸드폰에 안 연결했는데 이어폰에서 노래가 나오더라?”

내 친구는 내 말을 듣더니 잠깐 고민을 하는 눈치였다. 그러고서는 입을 열었다.

“별일 아니겠지. 그냥 착각한 거 아냐?”

나는 친구가 무덤덤하게 얘기해서 어이가 없었다.

“아냐! 분명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니까? 무슨 노래 듣고 있는지도 기억난다고. 레드벨벳 신곡을 듣고 있었다니까.”

친구는 별 반응이 없었다. 나는 친구 반응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굉장히 괴팍하고 이상한 것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괴담 같은 건 사족을 못 쓰는 친구였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일에 이렇게 무덤덤하게 반응하다니. 무언가 숨기는 게 있나? 아니면 나에게 뭔가 불편한 일이 있나? 생각의 흐름은 친구의 말에 끊어졌다.

“야, 오늘 반찬 진짜 별로다. 매점이나 가자.”

“어? 어. 그래.”

친구의 이상한 반응은 기억 속에서 잊히고 말았다.

-

나는 오후에 집에 돌아와서 이어폰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분명 아까 이어폰을 핸드폰에 연결하지 않고도 노래가 나왔다. 나는 비슷한 일이 또 생길까 싶어서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기다려봤다. 아침에 했던 것처럼 주머니에 이어폰 잭을 집어넣어보기도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책상 위에 이어폰을 얹어두고는 맥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로 내가 착각했던 건가? 그냥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게 이어폰에서 나오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던 건가? 멍 때리면서 곰곰이 하고 있던 와중에, 내 시야의 주변부에서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책상 위에 있던 이어폰이 움찔움찔 거리고 있었다.

나는 이어폰을 다시 살펴보았지만,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나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침에 내가 이상하다고 말했던 이어폰 있잖아. 내가 안 보고 있으니까 막 움직이는데?」

친구가 내 문자를 읽었다는 표시가 금방 사라졌는데 친구는 별다른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나는 친구를 다시 문자로 여러 번 불렀지만 친구는 내 문자들을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

그 날 밤, 나는 춥고 등이 아파서 잠에서 깼다. 일어나려고 했는데 팔과 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나는 알 수 없는 장소에 누워있었다. 엎어진 얼굴에는 차가운 바닥이 느껴졌다. 팔과 다리가 뭔가에 묶여있는 것 같았다. 손에 만져지는 것은 고무줄 같은 감촉에, 엄지손가락만한 공 두 개....... 이어폰이었다. 내 손과 발은 이어폰에 묶여있었다.

“일어났냐?”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친구는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의 발 옆에 있는 것은 이어폰이었다. 이어폰은 뱀처럼 두 개의 머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뒤로는 이어폰 잭을 뒤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다.

“하필 비밀을 알게 된 게 너라니. 너를 처분하라는 명령이다.”

처분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나는 목에 무언가가 휘감겨오는 것을 느꼈다. 이어폰 여러 개가 서로 얽혀서 내 목을 옭아매고 있었다. 나는 다급해져서 외쳤다.

“잠깐, 잠깐! 처분이라니 무슨 소리야. 말로 하자고.”

“우리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살려 둘 수가 없어.”

“비밀이라니 무슨 소리야. 나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친구는 허공을 향해 말하는 듯했다. 아마도 자신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에게 이야기하는 듯 했다.

“어떻게 할까요, 대장님?”

친구는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주의 깊게 듣더니 이야기했다.

“그래, 대장님께서 네가 죽을 땐 죽더라도 왜 죽는지는 이야기해줘도 되겠다고 하시군. 네가 짐작했다시피, 이 이어폰들은 살아있다. 외계인이지.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우리의 비밀은 지켜져야만 해. 이제 죽어라.”

친구가 말을 마치자, 이어폰 줄이 목을 강하게 조여 왔다.

“잠깐, 으윽.......”

내가 정신을 잃으려는 찰나에, 내 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친구는 바닥에 바짝 엎드렸고, 내 목을 죄던 이어폰들도 힘을 풀었다. 친구 앞에 있던 것은 이어폰이었다. 친구가 얘기했다.

“세자 저하, 어째서 그곳에......?”

내 이어폰은 친구의 귀에 꽂히더니, 무어라 소리를 내고 있었다. 친구는 예, 예, 하면서 엎드린 상태로 긴장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다시 일어나서 나를 향해서 말했다.

“세자 저하께서 그간의 정을 봐서 널 살려달라고 하시는군. 네가 어떤 쓸모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말야.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친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한 마디를 더 나지막이 내뱉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서 돌려보낼 수는 없지.”

뒤통수에 뭔가가 강하게 부딪혔다. 눈앞에 별이 보이더니 정신을 잃었다.

-

알람이 삑삑하고 울렸다. 나는 우리 집 침대에 누워있었다. 정말 이상한 꿈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불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내 이어폰이 내 품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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