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SF 습작

팽창 이론

UJ1UJ1 2022. 5. 27. 16:27

“이 세계는 팽창하고 있습니다."

박상균 박사는 앞에 앉아있는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그의 앞에는 수백 명의 연구자와 학생들이 그의 발표를 듣기 위해 강당에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그 증거는 명확하죠. 우리가 두 개의 점을 땅 위에 표시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개의 점은 점점 멀어집니다. 제가 이런 설명을 하면, 대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질문하죠. ‘무엇을 중심으로 팽창합니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했죠. 하지만 최근에 저희 연구단이 현대물리학의 정수를 끌어모아서 해결했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 세계가 팽창하는 중심이 우리 세계 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는 청중이 그의 어려운 말을 곱씹을 시간을 주기 위해 잠깐 뜸을 들였다. 그는 손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며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이 원이 팽창한다고 해봅시다. 원이 점점 커질 때, 그 팽창의 중심은 바로 원의 중심이죠. 하지만 이 중심이라는 것은 원 위에 있지 않죠. 이를 테면, 원은 1차원인데, 그 중심은 2차원 공간에 들어가 있어서 원 위의 생물들은 관찰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앞에 앉은 청중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 뜻은 우리 세계가 2차원이 아니라는 겁니까?”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에요. 그리고 정확합니다. 사실 이미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예측하기를, 우리 세계는 3차원 공간 안에 들어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2차원적인 존재, 그러니까 오른쪽, 왼쪽, 앞, 뒤만 인식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3차원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관찰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험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까?”

“이제까지는 그랬죠. 저희 연구팀이 그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는 것을 오늘 발표하고자합니다.”

청중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물리학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논쟁들이 터져 나와 강당을 웅성웅성 메웠다. 하지만 상균이 입을 열자 다시 강당은 조용해졌다.

“뿐만 아니라, 저희 연구팀은 우리 세계가 실제로 3차원적이라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만약 우리가 얇은 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얇은 끈 위에 어떤 생명체가 있다면, 이 생명체는 끈을 따라서 앞과 뒤로만 움직일 수 있겠죠. 하지만 얇은 끈에 만약 두께가 있다면 앞과 뒤 뿐만 아니라 오른쪽과 왼쪽으로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도 3차원적인 두께가 있을 거라고 가정을 하고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박상균이 청중들의 앞에 슬라이드를 제시했다.

“저희 연구팀은 아주 작고 정교한 단백질 가닥을 만들어 이 단백질 가닥을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이 단백질 가닥을 우리가 알고 있는 4가지 방향 외의 3차원적인 방향으로 회전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이 단백질이 회전하는 모습입니다.”

슬라이드에는 단백질이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내 단백질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러한 형태의 변화가 반복되고 있었다.

“이 관찰 결과는 우리가 예측한 이 단백질의 실제 3차원적인 모습과 동일합니다. 우리는 2차원에서 관찰할 수 없는 새로운 공간적인 방향을 ‘위’와 ‘아래’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네, 맞습니다. 계층적인 방향인,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할 때 그 위와 아래죠.”

박상균 박사는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잦아들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이윽고 강당이 다시 조용해지고 박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다음에 저희는 우리에게 알려진 이 세계가 팽창하는 속도와 이 단백질 가닥의 길이를 비교하고, 우리 세계가 구형이라고 가정하고 계산을 수행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세계의둘레를 잴 수 있었습니다.”

박사는 슬라이드를 넘겼고, 3.11×10^7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다시 한 번 청중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나왔다. 아까보다 더 거센 웅성거림이었다. 박사를 향해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 뜻은 우리 세계가 유한하다는 뜻입니까?”

“우리 세계는 계속 팽창해왔는데, 우리 세계가 유한하다는 건 시작점이 있다는 뜻입니까?”

“그러면 먼 옛날에 우리 세계는 한 점이었다는 건가요?”

“그러면 이 세계는 누가 시작했습니까?”

박사는 잠자코 있었다. 박사가 한참을 잠자코 있자, 웅성거림도 차츰 줄어들었다. 박사가 드디어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는 저희 연구팀의 결과를 종교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연구 결과의 검증도 필요하고, 재현성도 따져봐야 합니다. 단지 이 숫자는 저희가 실험적으로 측정한, 완전히 이론적인 결과에 불과합니다.”

맨 먼저 손을 들었던 청중이 다시 손을 들고 질문했다.

“박사님, 우리 세계가 팽창하고 있다면 왜 우리들은 멀어지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결과도 있습니까?”

박상균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 나름의 이론을 발표하려고 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공간은 3차원입니다. 만약 이 공간에 어떤 물질이 가득 차있다면, 그리고 그 물질이 저희를 잡아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

풍선은 10km 상공을 한참 지나서 폭발했다. 내부의 기체가 외부의 기압에 대항하여 팽창하면서 풍선의 크기는 본래의 2배 이상을 부풀었다. 통상적인 30cm의 풍선 치고는 굉장히 높은 고도를 올라간 셈이었다. 고무풍선은 폭발하며 반동으로 표면에 있던 박테리아 군집을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터진 풍선 조각은 망망대해 위로 떨어졌고, 풍선을 해파리로 착각한 거북이의 위 속으로 들어가 풍선 조각에 남아있던 박테리아 군집을 절멸시켰다. 그 박테리아들이 나름의 화학물질로 서로 의사소통하며 그들 세계에 대한 엄청난 발견을 하고 형이상학적인 토론을 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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