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현은 수경과 마주보고 앉은채로 수경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살피다가 외마디 탄식을 내뱉었다.
“허, 참. 슈뢰딩거의 원숭이라더니.”
수경은 속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아니고?’ 라고 생각했다. 창현은 이어서 말했다.
“일종의 정보 재조합인 거 같군.”
“정보 재조합이요?”
“양자역학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이를테면, 여기 서있는 내가 갑자기 다음 순간에 화성에 가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확률이 극히 낮을 뿐이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나와 내 근처의 입자 간에 지속적으로 정보의 교환이 있기 때문이야. 내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여기에 있구나, 이런 정보들이 내 근처의 기체 입자들에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내 몸이 갑자기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게 될 확률은 극히 낮게 되지.
하지만 수경이 너는 외부와 정보의 교환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 있었어. 그러니까 외부의 입장에서 보면, 내부에서는 확률적으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게 되지. 외부에서 정보를 제공받고 있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결과 네가 원숭이가 된 거고 말이야.
그리고 왜 하필 원숭이일까. 너도 알겠지만 슈뢰딩거의 원숭이라는 사고 실험이 있지. 나는 네가 실험실 안에 있을 때 슈뢰딩거의 원숭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가설에 불과하지만, 내 의식적인 작용이 정보 재조합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군.”
수경은 어이가 없었다. 반박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형, 슈뢰딩거의 원숭이라니요. 슈뢰딩거의 고양이죠. 제 입장에서는 형이 지금 고양이가 된 거라니까요? 그리고 전 원숭이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호모 사피엔스라고요.”
창현은 얼굴이 굳어졌다. 물론 수경은 얼굴이 굳어진 고양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표정 변화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기억도 일부분 왜곡이 된 건가? 이건 심각한 문제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수경은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말을 듣고 기가 찼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수경은 흥분해서 말을 쏟아냈다.
“말도 안돼요. 제 기억이 왜곡되었다니. 전 원래 사람이고, 원래 이렇게 생겼다고요. 형도 그런 털이 북슬북슬한 모습이 아니라, 저처럼 노란색 매끈한 피부였다고요. 형이야말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수경은 마지막 말을 내뱉고 아차 싶었다. 창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수경은 이어서 말했다.
“마지막 말은 죄송해요. 제가 좀 흥분한 것 같-.”
수경은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창현이 내민 핸드폰에는 수경의 사진들이 있었다. 뾰족한 귀, 노란 홍채와 세로로 찢어진 동공, 검은 코와 삐쭉 튀어나온 송곳니, 얼굴과 손에 난 덥수룩한 털. 분명 익숙한 수경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경은 단번에 그것이 자신임을 알아차렸다.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 들고 다니는 가방, 1학년 때 MT에 가서 동아리 선배들과 찍은 사진. 그리고 마찬가지로 북슬북슬한 선배들의 얼굴.
수경은 아찔해졌다. 머리가 핑 돌고 세상이 아득히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수경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의문들이 동시에 떠올랐다. 내 기억이 왜곡된 거라고? 그러면 내 부모님들도 원래 고양이란 말인가? 나도 원래 고양이였다고? 내 평생의 기억이 다 조작된 거라고?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고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창현의 핸드폰의 사진들은 반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경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하고 났다. 수경은 생각했다. ‘꿈일 거야. 그래, 세수라도 하자.’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창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장실로 터덜터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수경은 더욱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면대 옆을 메우고 있는 것은 사람의 변기가 아니었다. 물 대신에 변기를 채우고 있는 것은 모래였다. 고양이 화장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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